Problem based Learning 보드게임을 통한 확률과 통계 수업 모델

 

  많은 사람들이 수학 과목하면 으레 하는 말들이 있다. “수학공부는 실용적으로 하등 쓸모가 없다. 사칙연산만 잘해도 사회생활 하는데 지장이 없는데 말이다.”, “수학은 재미없고 어려운 과목이다.”, “고등학교 때 배우는 수학은 현실과 관련이 없는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말들은 전부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현대사회의 과학 기술 및 경제 및 사회과학이론들은 더 정밀하고 복잡한 형태로 발전하고 있다. 이러한 실용이론들의 정밀함을 더하는데 높은 수준의 수학이 쓰이고 있으며, 복잡한 이론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수학이라는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수학은 현대사회에서 필수인 언어가 되었고 전문분야로 갈수록 수학을 필요로 하고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학생들은 자신이 배우는 수학이 실제적으로 어떤 필요가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두뇌를 이용한 지루하고 무의미한 퍼즐 풀기 정도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 이유는 줄을 세우기 위해 


쓸데없이 꼬아놓은 어렵고 얼토당토 않는 문제들이 넘쳐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의미도 담고 있지 않고 그저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배우는 이 수학이 어디에 사용되고 어떻게 사용할 수 있으며 수학이 현실에 적용되었을 때 어떤 능력을 갖는지 학생들은 꼭 체험해 보아야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고민에서 PBL 수학 수업을 만들어보고자 노력하였다. 


  먼저 PBL(Problem based learning) 수업이란 문제를 기반으로 한 수업이라는 뜻으로 여기서 말하는 ‘문제’란 흔히 시험지에서 보는 어려운 문제라든지 복잡한 논술형 문제와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여기서 ‘문제’란 우리가 실제적으로 겪을 수 있는 현실의 문제를 의미한다. 
‘문제’는 한정된 예산으로 원하는 물건 모두 구매하기, 청소를 효율적으로 하는 방법과 같이 생활에 와 닿는 문제부터 살인사건 현장의 과학수사, 공장의 공정 최적화 등 전문적인 분야까지 총 망라되어있다. 따라서 열린 문제로써 정답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문제를 풀어갈 때 토의와 토론이 필요하고 자신이 생각한 정답을 스스로 정당화 할 수 있도록 정확한 논리와 이론에 근거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교과지식을 필요로 하게 되고 그 교과지식에 대한 학습이 일어나게 된다.

 

  또한 학생들은 주어진 문제 상황을 꼭 그 과목의 지식만을 이용해 풀어갈 필요도 없다. 사회학적인 지식을 사용할 수도 있고 언어적인 방법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수학적인 부분도 있지만 과학적인 부분으로 풀어가야 하기도 한다. 따라서 어떤 면에서는 PBL 수업은 융합수업과 매우 밀접하다. PBL수업에서 학습자가 해결해 가는 과정은 아래의 표와 같다. 각 단계에서 오류가 발견되거나 잘못된 점이 있을 때 언제든지 앞으로 다시 돌아간다. PBL 수업은 실생활의 문제를 사용하기 때문에 동기부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지고, 그 문제를 교과지식을 이용해 풀어가면서 학습내용이 내면화 된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교과지식과 이을 수 있는 실생활 문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PBL 수업은 매우 어려운 수업이다. 그리고 정답이 없기 때문에 학생들이 자칫 잘못하면 표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이전에도 PBL 수업을 여러 번 시도하였지만 몇 가지 난관에 부딪혔다. 사실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수학만으로는 실생활의 문제와 연결 짓기가 매우 어려움이 많아서 꽤 괜찮은 실생활 문제를 발굴하기가 상당히 어렵다. 고등학교 수학은 너무나 기초적인 내용만을 배우기 때문에 적어도 대학수학 이상의 수준이 되어야만 의미 있는 분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학생들의 수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문제가 너무 어려우면 흥미조차 느끼지 못하고 이탈하여 수업이 엉망이 되기도 하였다. 학생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감도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단순하고 쉬운 현실의 문제를 찾으려고 노력했다.

 

  PBL 수업을 하기 가장 좋은 과목중 하나가 통계 과목인데 고등학교에서 배우는 통계 지식수준이 현실에서 사용되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전문적인 분야보다 생활형 문제가 많다는 점에서 좋다. 흔히 많이 하는 것은 설문조사 통계내기, 실험값 통계내기 등을 통한 상관관계 분석이다. 어떤 두 문제를 제시하고 둘과의 상관관계를 찾는 것이다. 통계부분이 아닌 순수하게 확률만을 연계해야하는 상황이었고 이번 학기에는 사회과목이나 과학과목과 연계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수학만으로 할 수 있는 보드게임을 문제 상황으로 선택했다.


  일상생활에서 보드게임을 할 일이 사실 많지는 않다. 그런 면에서 PBL 수업에 보드게임을 사용한다는 것은 관계가 없어 보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보드게임에서 이기고자 하는 상황은 추상화되긴 하였지만 확률에 영향 받는 상황에서 의사결정을 할 때 가장 최선의 선택을 하는 방법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그리고 가장 좋은 점은 고등학교 수준의 확률과 통계 지식을 활용할 수 있도록 문제를 단순화 시켜준다는 점이다. 실생활에 문제는 통제할 수 없는 변인들이 너무나 많다. 그런 것들을 고려하려면 매우 복잡하여 단순한 기초이론으로는 설명이 어렵다. 따라서 복잡한 문제의 단순화 단계를 학생들이 하기에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보드게임이라는 형태에서는 게임의 ‘룰’이라는 특수한 상황으로 통제가 되어있어 문제가 부분적으로 단순화 되어 있어 난이도가 적당하고 접근하기 좋다. 또한 실생활 문제가 수학이 어디에 사용되는지 제시는 해줄 수 있지만 자신과 관계가 없는 문제라면 공감이 되지 않아 흥미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보드게임은 보드게임 자체만으로도 학생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어서 수업의 몰입을 높여준다.  확률수업에서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세 개의 보드게임을 준비하였다.

 

  첫 번째 게임은 직접 제작한 게임인 매지컬 퍼뮤테이션이다. 게임을 하면서 순열의 경우의 수를 자연스럽게 계산하도록 고안하였다. 참여한 학생들이 각자 다른 종류의 카드를 갖고 시작하며 자신을 제외한 상대의 카드가 무엇인지 맞추는 게임이다. 자신을 제외한 나머지 학생들이 가질 수 있는 카드의 경우의 수를 계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이 예측한 내용을 매순간 공개해야하는데 이 때 상대의 경우의 수는 늘리면서 자신의 경우의 수는 유지하는 전략을 고심해야  한다.

(매지컬 퍼뮤테이션 보드게임을 플레이하는 학생들)
(매지컬 퍼뮤테이션 게임에 대해 전략을 토론하고 발표하는 모습)

 

  두 번째는 왕에게의 청원이라는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은 실제 존재하고 이 게임의 이미지를 김홍도의 그림으로 바꾸고 왕은 정조대왕으로 설정하여 역사적 요소와 근세미술을 가미하였다. 이 게임은 주사위를 던져 적당한 조합으로 만들어 카드를 가져오는 게임으로 카드마다 주사위를 변경시켜주거나 주사위 개수를 늘려주는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다. 카드를 추가할 때마다 더 좋은 조합의 주사위를 만들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간다. 또한 주사위를 던져서 확정하는 개념이 있는데 확정하지 않은 주사위는 다시 던질 수가 있다. 
최종적으로는 최대한 많은 주사위를 같은 숫자가 나오도록 맞춘 사람이 이기게 된다. 이러한 게임의 요소를 잘 조합하여 학생들은 카드를 어떤 순서대로 가져갈지 주사위를 얼만큼 다시 던질지 결정하는 다양한 전략을 구사할 수 있다.
 

  세 번째로 야찌라는 보드게임이다. 이 게임은 주사위 5개만을 가지고 하는 단순한 게임으로 주사위를 최대 한 번까지만 다시 던질 수 있으며, 주사위의 조합을 점수표에 적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점수표의 모든 칸은 단 한 번씩만 쓰며 모두 채워질 때까지 게임이 반복된다. 야찌에서는 고효율 고득점을 위해서는 던져진 주사위 조합을 어떤 칸에 먼저 써야할지 고민해야하는 게임이다.

각 칸에서 요구하는 주사위 조합마다 달성할 확률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곳에 먼저 써야할지 많은 변수가 있다. 확률과 통계 교과목에는 주사위를 다루는 확률문제가 많은데 주사위를 가지고 게임을 함으로써 수학적 확률을 실험적으로 체감할 수 있다.

(야찌 보드게임을 플레이하고 자신만의 전략을 작성하는 학생들)
(수업시간 조별로 작성한 야찌보드게임의 확률 분석 및 승리전략보고서)

 

  위에 소개한 각 게임마다 이기기 위해서는 다양한 방식의 전략이 존재할 수 있다. 학생들이 직접 게임을 즐기도록 충분히 시간을 주고 게임을 이기기 위해서 생각하는 방식을 서로 공유하도록 유도한다. 단순히 감으로 이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이기기 위해 썼던 전략이 왜 유효한지 상대를 설득할 수 있도록 수학적 근거를 찾도록 지도했다.

또한 자신의 전략을 발표하여 동료들에게 평가를 받고 실제로 자신이 만든 전략이 유효한지 다시 한 번 게임을 통해 검증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각기 서로 다른 전략을 공유하면서 납득하기도 하고 질문이 들어오기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학생들의 반응은 매우 좋았다. 수업시간에 게임을 한다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을까. 일단 모든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하였으며 수학이 어려워 수업시간에 잠만 자는 학생들도 무언가 할 것이 생겼다는 것에서 신선함을 느꼈다고 한다. 수업시간에 그저 말로만 배우던 확률 개념을 직접 다뤄보고 게임 속에 숨겨진 확률이론을 끄집어내면서 수학을 다루는 법을 습득하였다. 단순히 게임만하고 끝이 아니라 게임을 즐기고 승리하기 위해 경쟁하는 과정에서 무의식적으로 사용된 수학적인 계산이 있음을 환기시켜준다. 확률과 통계 교과목에 대해서 무지했던 학생들도 잘 이기기 위해서는 촘촘한 전략이 필요함을 느낀다. 그래서 조금 더 뛰어난 전략을 낸 학생들의 발표를 경청하면서 자연스럽게 교과지식을 흡수하고 학습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전략을 실제로 실험해보면서 승리했을 때 느끼는 성취감은 학습에 대한 자기효능감을 높여준다. 혹여 지더라도 다음 게임에서는 ‘어떤 부분이 부족했고 어떻게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피드백을 받기도 한다.


  보드게임은 테마와 룰을 다양하게 구성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하고 구체화 된 모델을 만들기 좋다. 또한 수업시간 내에 모든 활동이 이뤄지기 때문에 학생들에게 부담이 적고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과정을 모두 관찰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 할 수 있다. 보고서 등과 같이 교실 밖에서 부모님의 도움을 받거나 집에서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 오는 것보다 훨씬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앞으로의 과제는 더 다양한 주제에서 보드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복잡한 실생활 문제를 모델화 하여 직접 새로운 보드게임을 만들거나 이미 있는 보드게임들 중에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을 발굴하는 것이다. 또한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좋은 실생활 문제를 개발하여 더 많은 단원에서 활용하고자 한다. 나아가 타교과와의 융합도 계획 중이다.

 

  단순 지식 전달식으로 가르치는 수업이 아니라 현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양질의 수업을 만들
고자 앞으로도 노력하고 싶다.